농산물의 출하처
길이 때문에 나눈, 앞 2개의 글은 지금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서론이다.
농민 입장에선 수익 창출의 기회는 공판장에서의 경매 순간에 달려 있다.
농산물은 생산원가에 무관하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므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땐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내는 것은시스템 상 정당한 권리이기도 하다.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어도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인해
절대 공급량이 부족하여 가격이 많이 상승되었다고는 하지만
유통업자는 모르지만 실제로 농민은 총수익이 늘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농민 입장에선 공급량이 늘어날 때까진 더 높은 가격 형성을 기대하는데
묘하게도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여 가격은 큰 변동폭을 가져오지 않는다.
농산물의 주 유통경로는 공판장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지만 개인판매 물량도 있다.
이 경우들은 여태 얘기했던 정석적인 부분이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언급은 줄이고...
농민 입장에서는 멀리해야할 부분이기도 한,업자들의 산지 구입 형태가 있다.
실제 직접 산지에 와서 사가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에 좋은 가격을 제시하며 구두로나마 납품 계약을 맺어
공판장 출하할 때 매입자를 지정하여 출하하고 경매는 생략하는 방식이 된다.
한 1~2년 전엔 공판장에 보고되지 않고 직접 업자에게 물건이 전달되고 직접 결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출하 및 결제가 무조건 공판장을 경유하는 형식이 되었다.
직거래 시기엔 간혹 물건값을 떼였단 소리도 들렸지만
현재 공판장을 경유하는 방식에선 적어도 그런 일은 없어졌다.
그러면 농민 입장에서 왜 이 방식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대개의 경우, 농사 좀 잘 짓는다는 사람은 한두번쯤 납품을 한 경험이 있다.
좀 규모가 되는 중도매인이면 백화점이던 다량 소비처에 납품을 하는데
좋은 물건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명분하에계약 출하를 유도한다.
게다가경매의 최고 시세에 준해서 가격을 쳐준다하니 농가에선 솔깃할만 하다.
문제는...!
좋은 물건은 필요로 하는 사람간에 경매에 경쟁이 되어야 낙찰가가 올라가는데
그런 수요를 미리 확보해 놓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의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확보된 물량 만큼은 경쟁이 소멸되고, 좋은 물건은 빠져버린 경매에서 낙찰가격이 형성되는 것이고
그 선에서의 최고가를 기준으로 농가에 대금 결제를 하는 셈이다.
계약 출하를 유도하는 중도매인은 어디까지나 장사꾼이다.
자기네는 안정된 물량을 확보하고 농가는 안정된 고소득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기네에 더 큰 이익이 되니까 취하는 행위인 것이다.
계약 출하라는 게, 농사 잘 짓는다는 사람에게 '납품한다'는 훈장을 달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농가에겐 제살을 깎아먹는 방식이 되는 셈이다.
모든 농가가 그런 인식을 가진다해도 생산 전량이 공판장에 출하되지는 못한다.
어차피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계약 출하를 하기 마련이다.
가격의 변동폭을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런 형태로 작용하는 셈이다.
현 정부의 초대 농림부(정권마다 바뀌니 정확한 명칭은 모른다)장관이었던 정운천 전 장관은
농민 입장에서보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잠시 키위를 재배해보고서는 곧바로 키위 묘목 판매로 업종 전환한 사람이고,
나아가 영농법인 형태의 키위 유통 업체를 설립/경영했던 사람이다.
(참고로, 우리가 '참다래'라고 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래 도입된 '키위'라는 외래 작물이고
명칭만 정운천 전 장관의 영농법인이 그 시절에 주도하여 붙인 것이다.)
결코 농민이 될 수 없는, 다만 농업 분야에서 농민을 대상으로 했던 3차 산업 종사자였기에
농업에 대한 시각은 농민과는 다를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엔 개인이나 법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지,
농민의 수익증대를 도모한다는 것은 표면적인 명분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위에서 설명했던 중도매인들의 행위를 아예 체계적으로 장악했던 셈이다.
또한 재임기간 자신의 영농철학(?)을 실증하기 위해 그런 법인 설립에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근동에 수백억원의 지자제 지원을 받아 2만평의 대규모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재배하는 법인이 있는데
준공식 때도 참석했다고 들었다.
지자제의 예산을 수백억원씩 쏟아붙는 그런 영농법인이라도 국민의 먹거리를 해결하진 못한다.
삼성이 아무리 세계적 기업이라도 전국민을 먹여살리지 못하는 것 처럼...
진정 농업을 생각한다면, 농업의 기본 주체인 농민을 위한 시스템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
* 다음엔 왜 이토록 영농법인 형태의 유통 업체를 비판적으로 말하는지 실상을 이야기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