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로 이어온 녀석이 하나 있다.
그 친구가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본가에 자주 내려오게 되어 종종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곤 한다.
그런 연유에선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노년층은 기존 관념과 가치관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라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합리한 행동을 하곤 한다.
그냥 이해하는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냥 이해하자며 넘어가기엔
우리가 교훈으로 얻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느낀다.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어서, 속성과 특장점에 따라 길고 짧음의 차이만 있을 뿐
작은 벌레부터 우주까지도 시작과 끝이 있기마련이다.
생물이 아닌 국가나 제도 같은 것 역시 흥망성쇠의 길을 걸으며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의 뒤에는 새로운 시작이이어가기 마련이고...
당연히 사람에게도 수명이 있고 그 일생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기 마련이다.
어려서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준비기라 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정점을 이루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그 시기를 넘어서면 그때부턴 쇠퇴기에 접어드는 것이 순리이다.
60세가 넘어서면 급격히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스크랩북] 카테고리에도 있지만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http://enews.mt.co.kr/2011/11/2011110413410465755.html
우리의 현 가치관은 농경사회에서의 유교적 개념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수명이 짧았던 당시엔 노인이라면 바라보는 50대 중반 이후부터가 해당 계층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글에서도 한줄 언급했던 '인생칠십고래희'란 말에서도 유추되지 않는가?
실제 고향땅 시골에서만 살아온 한 친구의 말을 보자면
'야~ 옛날엔 50살만 돼도 할아버지 소리 들으며 일손 놨어~"하는 소릴 한다.
즉, 기존 가치관상으로 보는 노인은 높게 봐도 60대인데,
현재의 연령상으론 70~80대가 노인계층에 해당되는 괴리가 발생한다.
60세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판단력이 70대며 80대가 되면 어느 정도 일까?
그런 관점과는 무관하게 현재의 70~80대는 연령 분포상 최고령층으로 노인계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여전히 권위있는 어른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려하고있다.
기존 가치관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기엔 인적 구성이 달라진 시대가 되었다.
공자니 맹자니 하는 옛 현자들이 우민(愚民)들을 계도하고 하나의 사상을 이룰 시절엔 노인 계층이 5~60대이고,
그 이후인 70대, 80대는 드물었기에 그 연령층이 행해야할 규범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기존 관념만으론 채울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하는 시대인 것이다.
내 어렸을 적엔 그런 표현들을 보곤 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것을 보기 힘들어졌다.
'나이가 들어 뒷방 늙은이로 물러났다'
'곳간 열쇠 물려주고 뒷방으로 물러나 앉았다.'
노인계층의 연령이 낮았을 땐 뒷방 늙은이로 물러날 줄 알았는데
평균연령이 높아진 현재엔 오히려 그런 일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러셨다.
"80먹은 아버지가가 60먹은 아들보고 '길조심 해라'하고 걱정하는 법이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그 말씀은 60세 때도 똑 같이 하셨고, 70세 때도 그러셨다.
그런데 난 그 말이 그렇게 싫었다.
실제 길을 가다 위험에 대처해야할 상황이라면 그 반대로 40대가 60대를 걱정하는 게 맞는 얘기다.
'제 걱정은 마시고 아버지 건강에나 신경쓰세요. 그게 절 위해주는 일예요'
부연설명을 곁들여 그런 말씀을 드려도 이해 되지도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다'란 말씀만 반복하셨을 뿐이었다.
또한 살아계신 울 엄니와의 대화를 보더라도 내 얘기는 귀담아 들으려하지도 않고
당연히 이해하려 하거나 따르려고는 더더욱 않으신다.
나도 자식을 기르는 부모이지만 무조건 어른으로 아이를 대하는 듯한 자세는 옳지 않다고 본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오히려 퇴보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자식들의 의견을 따라줄 줄 아는 것이 현명한 늙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늙어갈 수록 살아온 경륜에 의해 자신이 현명하다는 믿음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런 것을 직접경험을 해볼 기회는 점점 더 없을 것이고
간접경험을 통해 반복 훈련할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독서라는 간접경험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도 쌓여있는 몇십권의 책들을 쳐다보지만 정작 손에 쥐지는 못한다.
현재의 내 사고와 입맛에 맞는 책들만 본다면 현재의 나를 더욱 고착화 시키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성격의 책들을 접해봐야 할 게다.
프로그래머란 직업 상 쏟아지는 신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관련 자료는 늘 끼고 살았고
귀농한 지금은 농업기술에 대한 건 수시로 읽어보긴 하지만
하다못해 소설책도 손에 잡아본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