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

아내의 여행

아빠의들 2011. 5. 20. 23:13

이달 초 아내와 그 친구 둘, 그렇게 아줌마 셋이서 동해안 잔챠 여행을 떠났었다.

날씨가 좋지 않을 거란 예보가 있었지만, 오랫 동안 계획했던 일인지라 용감히 떠났었다.

전에도 어쩌다가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이번엔 잔챠 여행이라 또 그 맛이 달랐을 게다, 아주 많이...

 

비 소식 때문에 코스를 애초 계획보다 단축하여 삼척에서 부터 출발했단다.

첫날 주문진 바로 아래의 해수욕장에 있는 펜션에서 묵고

아침 일찍 모닝 커피를 마시는 사진이 리더 친구의 블로그에 올라왔길래 퍼왔다.

 


난 이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내가 그 자리엔 없지만, 아내의 기분을 나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란 게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만

서로의 감성 주파수가 근접되어 가는 게 아닌가 싶다.

 

100명의 농부가 있으면 100가지의 농법이 있다는 말이 있다.

(ㅎ~ 유사한 말이야 많지만, 농부의 블로그이니 그에 어울리는 비유를...)

사람마다 다 제각기의 방식대로 살아갈게다.

 

난 이렇다.

내가 처한 여건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살 뿐이라고...!

토마토를 기르면서도 짬짬이 여가를 즐기기 위한 놀이를 찾는 것도 결국 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내의 그런 시간에 대해 적극 응원해 주고 싶은 것이다.

 

내 어렸을 적, 우리를 보고 엄니는 그러셨다.

'내가 니들 땜에 희생한다'고...

어린 맘에도 그 말이 무척 싫었고, 난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걸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싫게 느꼈던 말을 내가 아이에게 하게 될까봐서...

다만... 아이가 자기의 삶을 살 수 있도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할 뿐

나의 모든 걸 자식에 기준해 맞춰 놓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었다.

지금도 서울에 갔는데 아이가 시험 때라도 거슬리고 방해되지 않게 TV도 보고, 내 생활 패턴대로 잠도 자곤 한다.

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아이를 도와주는 일이란 생각이다.

 

만약 그런 상활이 온다면...

내 목숨을 주고서라도 아내를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맘이다.

지금의 아이에겐 아빠보단 엄마가 더 절실하단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빤 마음의 기둥으로 있어만 주어도 되지만,

옆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에는 엄마가 더 제격이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남편으로 가장으로,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또 사람마다 제각각의 방식이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