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들 2012. 1. 5. 03:42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운명'을 화두로 꼽았다.

그의 앞날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개인적으론 그의 운명은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역할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만 ...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에게는 타고난 운명이니 혹은 사주나 팔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난한 삶을 사는 이에겐 그런 생각을 할 계기 조차 없이 한세상 지날 수도 있겠지만

큰 질곡을 겪는 이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결혼을 앞두고 처가에서 사주를 보니 '차남이라도 장남 노릇을 하며 살 팔자'라고 했단다.

당시엔 장남인 나의 형도 나름 잘 나가는 상황에서 의외의 말이라 뇌리에 남아있긴 했어도

그 상황이 상상조차 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그 얘기대로 지금은 원하던 원치 않던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러 해 전 문득 집안 돌아가는 형국을 생각해 보다가 '아~ 우리 집안이 이미 몰락하는 길을 걷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 땅을 밟지 않고선 다닐 수가 없다 할 만큼 큰 재산을 일구었다던 증조부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조부-부-형의 3대를 겨우 버티지 못한 셈이다.

어쩌다는 아내와 푸념처럼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만

'증조부가 부를 일군 시절이면 일제시대인데 아마도 커다란 업보를 쌓았나보다' 하고

우리 집안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집안의 기둥이 되어줘야할 장남이나 맏며느리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성향의 사람끼리 짝지워져 내려왔다.

집안 구성원의 역학관계를 여기에 세세하게 풀어놓을 순 없지만

이미 지나버려 결과로 보여지는 지금에 와서 내가 보기엔 '그랬구나'하고 납득이 된다.

 

나의 삶을 뒤돌아 보더라도 집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어떤 끈에 묶여 있었단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마당 한구석에 묶여 식은 밥 먹으며 집을 지키는 강아지 같은 신세였다.

장남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한 집안에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차남으로서

그 끈이 없었더라면 그 집을 진즉 떠났을텐데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회사를 옮기던, 현재에 이르른 귀농을 결정하던

'그냥 묵묵히 열심히 살면 좋아지겠지'하는 믿음 하나로 별 두려움이 없었다.

곧 이번 토마토의 수확을 끝내게 되면 변화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현재에 이르러 집안의 형편이 내 삶에 짐 지워진 역할이 결부되어

이제는 하나 하나 결정의 순간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현재의 흐름을 보면 내 앞엔 여전히 Long and Widing Road가 기다리고 있는데

내 운명은 언제나 반전의 계기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