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to 70
언제일지 모를 아주 오래 전에 그런 의문을 가져보았다.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위기나 재난 시에 노약자를 우선 보호하고
젊은이들은 위기 타개를 위해 희생해 가는 장면들을 보며,
생존 가능성은 저 희생해가는 젊은이들이 훨씬 높은데 왜 저럴까...?
그런 장면을 보고 그런 의문을 가져본 다른 사람들의 답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찾은 답은 이렇다.
-살아온 지혜를 담고 있는 노인들과 더 큰 미래가 있는 아이들을 보호함으로써
개인의 생존을 중시한 것이 아닌 인류의 존재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다.
귀농을 하기 전엔 서울이란 거대도시의 수 많은 사람 중에
가까운 친구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어울리며
어느 선은 서로에게 맞추어지거나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농촌생활을 접하니 좋던 싫던 그 지역민들과 어울려야만 한다.
평균 연령이 높으니 만큼 노년층과의 접촉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과연 존중받는 노년이란 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요즘엔 70에 돌아가시면 이르다하고 80은 돼야 그래도 적당하다는 소릴 듣는다.
그럼 나도 80살까지는 살아야 만족할까?
우리네 가치관의 근간은 농경사회에서의 유교적 사고가 주를 이루고 있는 배경에서
노인층을 대하는 대표적 개념인 '효'라는 것을 두고 보면 일단은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70살을 일컫는 고희라는 말 자체가 '예로부터 사람이 70살까지 살기는드물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지금은 70살에 돌아가셨다하면 빨리 가셨다고 서운하는 분위기이다.
신이 있어 내게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미래의 몇 살까지를 다시 살게 해준다면
난 이렇게 답을 할 것이다.
- 30살로 돌아가게 해주시고, 70살에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개인적인 내 삶을 돌아보면 30무렵에서 결혼 전까지가 가장 찬란했다 싶은 생각이다.
프로그래머로써 훌륭한 캐리어를 쌓은 건아니지만 내 업무를 수행할 만큼의 능력은 인정받고
또 많은 월급은 아니어도 아끼며 내 개인생활을 할 수 있을정도는 되었던 만큼
일과 여가를 영위하는데 있어 내 의지에 따라 독립된 내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난 그렇다.
그저 세상을 모르고, 몰라도 상관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삶 보단
때론 힘들고 지쳐도 자신을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있어 난 오래 사는 것이 두렵다.
60세를 넘어서면 급격히 판단력이 떨어지는데
정작 본인은 현명하다는 착각을 더욱 강하게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데
내 딸에게 남겨지는 나의 마지막 모습이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노인네란 이미지를 남기게 될까 두렵다.
70살이라 해도 앞으로 근 20년이 남아있고, 그 20년을 뒤로 돌려보면 대략 30살이다.
30살 이후 지금껏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가?
앞으로도 그만큼의 세월이 남아있다고 가정하면 70살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고, 남은 앞으로의 시간을 어찌 채워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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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를 이전하려 가닥을 잡은 지난 겨울부터 이런 내용을 쓰고 싶어 이런저런 구상을 정리해보기도 했지만
그 내용을 유연하게 표현해 낼 수 있을 만큼 글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미루기만 했던 내용이다.
그저 작은 하나의 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내 삶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폭넓게 포함되는 것이다보니,
책이라도 쓰듯 작정하고 쓰는 것이 아닌 만큼 어떻게 표현하고 끝맺을지 나도 미지수이다.
며칠이 지나 다시 읽어보고는 수정하거나 혹은 다른 각도의 산발적인 글이 추가될게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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