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 커피가 갔다. 그리고 초코와 별이...
지난 4월 22일에 내 반려견이었던 '커피'가 하늘나라로 갔다.
아니, 내가 보내주었다.
한창 토마토를 손질하고 나왔는데 커피가 "헉헉~" 유난히 거친 숨소리를 내며 느리게 내 옆으로 오길래 웬일인가 싶어 눈길을 주니 무언가 목 아래부터 지저분(?)한 붉은 빛이 보여 '이 녀석, 이건 또 뭐야?'하고 살펴보니 핏물이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몸 여기저기에 심한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심하게 다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주인에게 오느라 지치고 숨이 찼었나보다. 그대로 일하던 것 팽개치고 내 옷에 감싸안고 시내의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마취제인지 진정제인지 주사를 놓고 살펴보니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상처까지 무척 심했다. 수의사와의 이런 저런 상담 끝에 난 안락사를 결정했다.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으며 커피의 심장이 멎을 때까지 쓰다듬어 주었다. 내 말을 들을지 몰라도 귀 가까이 대고 고마웠다고 잘가라고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날은 엄니가 나물 뜯으러 들녘에 갔었는데, 커피와 초코가 다 따라갔다가 커피 혼자 돌아오는 중간에 해를 입은 것이었다. 처음엔 상처의 크기로 미루어 멧돼지인가 싶어서 엄니도 해를 입었을까봐 돌아오자마자 찾아 헤메었었다. 어떤 짐승에게 해를 입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아래 동네의 진도개 잡종 두세마리가 돌아다니는데 그놈들 짓인지도 모르겠다. 며칠인가 지나서 엄니는 꿈에 커피가 마당으로 쫄래쫄래 걸어오길래 "커피야~ 너 안 죽었구나~"했단다...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 또한 큰 걱정이었지만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수의사는 그냥 잃어버렸다고 말하란 조언을 해주었지만 사실대로 아는 것이 더 좋을 듯 싶었다. 뜻밖의 소식에 슬퍼하는 아내를 위로했던 말은 '고마웠다고 생각하자'였다.
커피야 고마웠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렴~~~
커피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사진.
3월 초에 토마토 심을 준비를 하던 어느날, 커피와 초코가 따스한 햇살 아래 편안히 딩굴딩굴 자는 모습이다.
참 평화로운 모습이라 일부러 사진을 찍은 건데 사진은 그 느낌을 살려주지 못한다.
커피가 가고 없으니 초코도 하우스엘 잘 오지 않는다.
커피가 죽던 날 흘린 피자욱 냄새를 맡는 것인지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는데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을 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는 중 변수가 생겼다.
아내의 친한 친구네에 사정이 생겨서 키우던 강아지를 도저히 건사할 형편이 못되어 아내가 맡게 되었다.
아내도 키우기엔 벅차지만 친구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어찌어찌 결국 커피를 대신해 내가 데려오게 되었다.
한창 수확기간 중에 출하를 마친 금욜 밤에 서울에 가서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
이곳에 온 날짜로 2016.7.2(토)이다.
말티즈 혈통에 8살이나 되었는데도 어린 강아지 같은 외모다.
데리러 올라가던 금욜 밤의 고속도로엔 비가 엄청 쏟아부었다.
비는 그치고 서울에 들어서니 한강변의 야경은 늘 설레게 해준다.
데려온 첫날 밤엔 일단 줄만 묶어놓았고
커피의 집을 집에서 하우스로 옮겨 놓아주니 아늑하게 느꼈는지 딩굴딩굴 편안히 적응해 간다.
날짜가 지나면서는 토마토 따는 하우스 안에도 따라온다.
커피가 가고선 어찌저찌 또하나의 반려견이 생겨버렸다.
아쉬운 건,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초코'의 발걸음이 더 뜸해져 버렸다.
하우스는 '별이'가 차지한 곳이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ㅠ
별이는 내가 새로운 주인인 걸 인지하고선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
녀석은 실내견으로 살다가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야한다.
별이야~ 잘 적응해서 잘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