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의 이해, 귀농 이후 품종별 재배 면적의 변화
이제 8년차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은 완숙토마토의 품종별 재배 면적에 큰 변화가 있어왔고, 그 의미가 흥미롭다.
먼저 토마토를 알고 먹으려면 품종부터 이해해야는데, 크게 보아 '유럽계'와 '일본계'가 있다.
일반적인 특징을 보자면 유럽계는 과육이 두껍고 단단하여 보존성은 좋은 반면 맛이 없다.
반대로 일본계는 과육은 얇고 젤리 부분이 많고 보존성은 떨어지되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런 정도의 특징이 관심 대상일테지만,
재배농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수확량이다.
대체로 유럽계는 장기재배가 가능하여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반대로 일본계는 수확량이 한정적이다.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모든 작물은 꾸준히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토마토는 기본적으로는 대륙별 취식 문화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유럽계는 토마토가 요리의 재료로 쓰이지만
동양권에선 과일 처럼생식위주의 취식 문화가 작용한다고 본다.
유럽계 같은 특성에다 일본계의 맛을 낼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아쉽게도 양쪽의 특징을 다 갖춘 품종 개발이 쉽지 않은가보다.
내가 처음 귀농을 했을 시기에 주변을 보면 거의 모든 농가가 '일본계' 품종을 심었다.
그후로 차츰 유럽계 품종을 심는 농가가 생기더니 점차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러서 이 곳 논산의 완숙토마토는 전부가 유럽계 품종을 재배하고 있고
일본계 품종을 고집하는 집은 내가 유일하게 남아있다.
내 생각에 이러한 재배 품종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 동기는
여러 해 전 매스컴을 통해 토마토가 큰 관심을 끌게 되어 소비가 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토마토는 맛이 없는 과일이란 인식이 있던 터에 몸에 좋다고 하니까 먹긴 해아겠고,
이것저것 첨가하여 갈아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품종 고유의 맛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수요가 많아졌을 때 많이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다수확이 가능한 유럽계 품종을 재배를 권유하고 공판장에서도 경락가를 더 높이 쳐주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이전엔 공판장에서도 일본계 품종이 훨씬 인정 받던것이 반전되었다.
농가에서 유럽계 품종으로 전환한 이유는 딱 하나 수확량이 많아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계 품종 재배 농가에서는 자기들 조차 맛 없다고 먹지 않을 정도이지만
출하할 땐 오히려 맛이 없는 유럽계 품종이 더 높은 가격을받는 경우가 많다.
농가에서 출하하는 것은 공판장을 통해 유통업자에게 판매되는 것인데
장사하는 입장에선 보존성이 좋아 유통기한이 긴 상품이 수익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택배판매를 통해 실소비자를 접촉 해보는 내 경험으로 보면
시중에서 사는 토마토는 맛이 없다며 한번 먹어보면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장사하는 입장에선 맛은 덜해도 가격은 별 차이 없이 판매하여 수익성을 최대한 올리려 하기 마련인데
재고의 폐기에 의한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더 수익에 유리할 것이다.
장사하는 입장에선 그 속성 상 당장에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라
붐이 일었을 때 많은 양을 판매하고, 많은 양을 판매하기 위해 일단은 많은 재고량을 확보하려 들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황에선 보존성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맛과 품질로 고객층을 확보하여 고정 소비층을 확대해야는데
소비자는 원래의 그 맛있는 토마토를 접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맛 없는 것을 먹기 위해 이것저것 첨가해서 갈아먹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소비자는 왕이다'란 말의 실체를 거론하고 싶은데,
하나의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이 부분은 별도의 글로 정리해야겠다.
하여간 대부분의 소비자는 토마토는 맛 없는 과일이란 인식을 갖고 있고
장사들은 또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보존성 좋은 맛 없는 유럽계 취급에 역점을 두며
대부분 농가에서는 그런 흐름을 따라 유럽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일부 친환경 및 유기농 농가에서는 어쨌거나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맛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여전히 일본계 품종을 재배하기는 한다.
결론적으로 대다수 일반 소비자는 맛 있는 토마토를 접할 기회가 점점 어려워질 거라고 본다.
* 대다수의 소비자는 기존에도 맛있는 토마토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맛있는 토마토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 경우 또한 대다수라고 본다.
나 자신 역시도 내가 귀농하여 직접 토마토 농사를 짓기 전엔 그 맛을 모르고 살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