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작목반 회의를하고 돌아왔다.
지난 여름작 출하에 대한 정산이 원만치 못하더니결국 큰일이 되어버렸다.
최고로 잘 지었던 농사, 오히려 그로인해 쓰러져 피해를 보는 현상을 겪었던 이번 여름작은
이렇게 끝까지 참어려운 사연을 남기게 됐다.
작목반에선 농협을 통해 공동선별해서 공동 납품 및 개별 출하를 했었는데
반입이 끝난지 2달이 되어도 정산이 완료되지 않아
한 작목반원의 딸이 농협중앙회 감사실에 전화를 걸며 일이 시작되었다.
해당 농협 담당은 부랴부랴 정산을 했고 누락분에 대해 입금했다.
어제 밤, 메일로 정산 파일을 보내준다기에 받아서 12시가 넘도록 검토해 보았다.
단지 처리가 늦은 게 전부가 아닌오류 부분이 확인되었고
어제부터 긴급 예고되었던 작목반 회의 자리에서 나는 그것을 공표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 입장이라 그 자리에서 대표가 되어
농협의 담당자와 간부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이야기했다.
단지 정산이 늦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닌내용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일부 정산 방식까지 제시하며 납득할 수 있는 재정산을 요구했다.
아직까지는 엄포용으로 생각하지만,
정당하게 납득할 수 없다면 사법기관이던 언론이던 의뢰해서라도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는 말도 한마디 덧붙였다.
상호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는 명분도 존재했으니 일단 얘기는 쉽게 넘어갔다.
서로가 불편한 이야기였기에 거의 일방적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전달되고 자리가 정리되며
담당자와 간부에게 인사를 건넸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고공과 사를 구분한 대표입장이라
심하게 얘기된 부분이 있으면 죄송하단 사과를 곁들였지만 내 속은 씁쓸했다.
상대의 심정은어느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아마 제대로 잠 못 이룰게다...
사실, 농협에서의 공동선별이 처음이 아니었고 예전 경험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느꼈지만
다른 농협에 반입할 때는동기가 없어 재정산을 요구하지 못하고 지나갔었다.
이곳에선 '농협이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농민이 농협을 위해 존재한다'고들 한다.
농협도 이익단체이므로 자신의 이익을 떼어 농민에게 주라는 요구를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농민의 몫에대해서는 정확하게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 농협의 비리가 터지는 건
개인의 문제만이 원인이 아닌 근본적인 시스템 상의문제가 존재한다고 본다.
사실 농민과 농협은 서로 필요한 존재이다.
개인 블로그지만 경우에 따라선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므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밖에 쓸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상호 정당한 거래로 윈-윈의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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