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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땅/농부의땅 2014

내일 또 뜰 해를 꿈꾸며

지난 가을부터 계획하고 추진하여 하우스를 짓고 상추를 심으려 했다가 지하수량이 부족해서 포기하고선

좌절감과 허탈감에 며칠간은 일손도 놓은 채 허우적 거렸었다.

며칠 동안은 아예 하우스에도 가보질 않았고, 때론 잠만 자거나 때론 밖으로 나돌거나...

 

문득 생각난 노통, 난 노빠도 아니지만 유일하게 존경하는 정치인인 노통을 만나보고 싶었다.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는 복잡하지만 정치인 노무현은 존경하는 유일한 대상이다.

그 노통은 난관에 부닺혔을 때 어떤 생각으로 헤쳐나가고 극복했을까...???

이번 주엔 다른 스케쥴이 없어 주말에 다녀가겠다던 아내에게 봉하마을 가자고 운을 띄웠는데

척하니 내 맘을 읽고는 맘대로 하란다.

 

며칠이 지나는 사이 마음도 차츰 안정되어가며 다시 꼼지락 거릴 준비를 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노통을 보러 가는 건 좀 더 날씨가 풀리고 마음이 평온할 때 가기로 하고

그냥 멀지 않은 곳에 하루 드라이브나 가자고 계획을 변경했다.

아침에 도착한 아내와 군산 금강하구둑엘 갔다.

철새 군무는 해질녘이 되어서야 이루어지는 것이라길래 낮시간 동안 한가롭게 그 주변을 다녀보았다.

언제 왔었는지 기억이 헷갈리는 신성리 갈대밭도 가보고,

바지락 갈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햇빛 따스한 곳에 트럭을 세우고 느긋하니 식곤증의 낮잠도 자고... 

 

그런 중에 일상 생활의 이런저런 에피소드 얘기로 웃고...

앞으로의 일 계획도 얘기하고...

우린 드라이브 중의 대화를 참 좋아한다.

하루 종일 다녀도 편안한 대화로 지루함이 없다.

다른 일화를 얘기하다 아내가 그랬다.

"우린 딱히 약속한 건 아니었지만 서로가 자존심에 상처내는 말은 절대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서로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 주다보니 비난보단 격려를 해주게 되고,

역시나 이번 변경에 대해 격려와 도와줄 방안까지 얘기한다.

고맙다...

그렇기에 더더욱 허우적거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한 시간 덕분에 허탈감을 깨끗이 털어내고 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 또 뜰 해를 향해...

 

일단은 다시 토마토를 심기로 90% 이상 결정하였고 난 다시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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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시간 내내 바람이 불어선지 오늘 철새는 군무를 만들지 않았고,

겨울의 썰렁한 신성리 갈대밭 사진만 한 장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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