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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덕담

벌써 한참된 아버지의 49제를 지내던 날,

행사를 마치고 식사도 마치고선 과일로 후식을 먹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하는 중에 내가 한마디 참견을 했다.

'내가 다른 복은 없어도 마누라 복은 있죠. 이 사람이 참 고생 많아요'

머~ 그 정도의 표현이었던 듯 싶다.

옆에 있던 여동생은 '그만해~'하고 대뜸 말을 끊고 아내 역시 눈짓으로 나를 제지한다.

길게 얘기할 말도 아니었고 생각도 없었지만, 단칼에 잘라진 말에 속으론 살짝 충격이 있었다.

 

난... 그냥... 시어머니, 시이모, 시누 중 누구의 입에서든

'그래, 네가 고생 많다..'

혹은

'어쩌겠니. 네가 해야지...'

정도의 가벼운 덕담이나 격려 한마디 정도를 기대했었던 의도였는데

나의 기대와는 다른 큰 벽이 막혀있음만 확인한 결과였다.

 

종가집 딸들로 태어난 엄니나 이모님들은 우리 이종사촌들 간엔 다들 공감하는 자존심 덩어리 그 자체이다.

그래선지 장남에 대한 집착이 매우 대단한데, 그것이 때로 나를 힘빠지게 한다.

울 엄닌 속마음은 안 그럴지 몰라도 겉으론 인자하게 덕담을 베풀 줄은 모르신다.

옛날 어르신들이 아마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로 이해를 하려고는 하지만,

때로 내 입장에선 울 집의 둘째 며느리인 내 아내에 대해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머~ 어찌저찌 건네들은 바로는 엄니께서 이모님들과의 통화 중엔

그래도 하나 있는 며느리 칭찬을 한다고는 하니 그 걸로 위안 삼아본다.

 

한참 지난 일이지만 내내 마음에 남아 있던 일이어서

이렇게 걸러서나마 표출을 해야 마음 속의 찌꺼기를 털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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