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출하 모습, 그리고 택배
어제는 3번째 출하가 이루어졌다.
소량 수확으로 택배로 다 나간 것이라 출하라고 하긴 안 어울리기도 한다만...
이번 작에선 택배 판매를 적극 해본다고 했던 것이 막상 수확이 시작되고 보니
내가 준비를 소홀히 하고 안일하게 지나쳤던 것이 느껴진다.
여러 해 동안 일부 지인 위주에게만 판매했던 터라 사전에 늘 설명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처음 물건을 받아본 입장에선 무성의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박스에 담은 포장이야 늘 그랬듯 어쩔 수 없다 위안 삼는다 쳐도
모르는 분이 처음 받아보는 경우라면 간략하나마 안내문 정도는 같이 넣도록 했어야 했다.
난 내 입장에서 내린 결론을 방패삼아 안주하고 있었음을 콕 찔러주신 것이다.
발전을 위한 조언이지만 한방 먹으니 아프다.
참 아프다... ㅠㅠ
사실 여러 해 동안 늘 택배 판매를 해왔었고 나름 방향과 결론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이곳에도 택배 판매를 오픈한다는 언급을 했지만
내 생각은 농산물을 택배로 판매해서는 돈벌기 힘들다는 것이 오랜 결론이다.
소비자 입장은 좋은 물건 싸게 사는 목적으로 직거래며 좋은 판매처를 찾는 것인데
반대로 판매자의 입장은 그게 농산물인 경우 더욱 어렵다.
내 경우 평균 출하가에서 2000원 정도를 더 붙이고 거기에 택배비를 더해진 가격으로 판매한다.
사실 택배를 보내려는데는 무척 많은 번거로움이 파생되어 몸이 고달파지지만
그럼에도 내가 택배를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위에서 말한 2000원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으로 비축해 놓고 싶어서이다.
아마 작년에도 정상적으로 출하가 마무리되었다면 그 금액을 보태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토마토에 대한 최적의 택배 판매의 핵심을 이야기 한다면
정품에 들어가지 못하는 정도의 비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본다.
내 경우 처음 농사를 배울 때, 주물량은 여기서 포장된 상태 그대로 서울의 S 백화점에서 진열되어 판매되었고
그 아래 등급의 비품이라 해도 값어치는 금액 이상을 충분히 하는 정도의 토마토이다.
토마토의 경우 사과 같은 과실에서 비품으로 분류되는 '마른 기스'같은 것과는 달리 모양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토마토의 비품은 가격만 적당하다면 충분히 소비자에게 어필된다는 것이 경험이다.
정품 20,000원에 비해 맛과 신선도는 똑 같되 모양만못난 '실속 토마토'를 13,000원 판매한다고 설명하면
10이면 9은 실속 토마토를 선택했던 것이 내 경험이기도 하다.
S 백화점에 납품하던 시절엔 비품도 전량 택배로 판매되어서 짭짤했었고
결국 지금 사용중인 카메라도 그렇게 비품 판매로 마련된 예산으로 장만한 것이다... ^^''
사실 이곳에서 택배 판매를 오픈한다 함은 바로 그 비품을 싸게 팔고자하는 의도였다.
정품 판매에 비교해 까다로운 요구나 다른 불만도 거의 없어서 일도 수월할 뿐더러
비품의 경우 다른 판로에 비해 실질 소득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텃밭 규모로 재배하는 것이 아닌 담에야 주 물량을 택배로 소진한다는 것은 일개 농가에선 불가하다고 봐야 한다.
내 경우 전체 면적을 정상적으로 재배한다면 하루 평균 100 박스 이상을 내보내야는데
그러려면 꾸준히 소비하는 고정 고객을 1000명은 유지해야 가능할 게다.
한 고객이 한 작기 출하기간인 2달 간 소비하는 양은 1년 내내 먹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많아야 너댓 박스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미 까다로울 때로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불만이 있으면 대략 상황파악하고 대개는 무료 재배송 해주게 되는데
그럴 경우 위에서 이야기한 박스당 2000원씩 모아오던 것은 다 날아가고 오히려 손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불만의 대부분은 택배 과정에서 취급이 거칠어져 터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택배 과정의 실정 상 곱게 취급될 수만은 없기에 이점이 택배 판매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ㅠㅠ
다른 과실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토마토는 토마토라는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가령, 맛있다고 평소 신세진 분께 선물을 하려는 경우도 종종 접하는데 내 입장에선 아주 골치 아픈 주문이다.
'선물용이니 신경 좀 써주라'는 당부와 함께 주문하는 경우는 웬만하면 사절하고 싶어진다.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주문을 받아놓은 것 중 소위 부의 대명사 같은 '타워 팰리스'로 배달될 물건이 있는데
수확량이 좀 더 넉넉해질 때를 기다려 발송을 보류하고 있다.
선물이란 것은 주는 이의 얼굴과 받는 이의 얼굴을 생각해 주어야 할텐데
고급 과일의 인식은 전혀 없는 토마토를 선물로 한다면 포장은 또 어떻게 하리오...? ㅠㅠ
흔한 사과며 배라 해도 선물이라는 이미지가 매칭 되지만 토마토는 선물용으론 부적합 하다고 본다.
그냥 맛있는 과일을 나눈다는 정도의 편안한 의미로 하는 선물이라면 모르겠다만 말이다.
끙~ 여러 해 동안 택배를 하면서 겪은 갖가지 사연이며 내 생각을 적어보려 시작했다만
막상 시작하니 두서는 없는 이야기가 한 없이 길어지는 듯 싶어 일단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적어도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하는 택배 판매를 하자고 치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늘 그 마음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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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플래시를 강제발광으로 세팅해서 찍었는데, 컴으로 확인하니 색감이 물빠진 헝겁같다. ㅠ)
이렇게 박스에 담긴다.
택배용은 먹는 상황을 고려해 약간 파란 것은 아래에, 붉은 것은 위로 담게 된다.
어제 따낸 토마토 전부...
배송 준비 완료된 것들.
우측에 따로 분리된 6박스는 1주일만에 재주문 들어온 1사람의 주문분이라 송장도 1장만...
1년 내내 토마토를 먹는 분인데 올해는 웬 즙을 내서 먹는다고 저렇게 다량을...
첫수확 때 6박스를 배송하고나서 '아직 맛이 덜 들어 맛이 진하지 않다'하니
그래도 다른곳에서 먹던 것보다 맛있다며 1주일만에 재주문 했다.
저런 식으로 토마토 사서 즙을 내자면 1달에 50만원이 넘는데, 내가 다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
우선 준비된 박스, 저렇게 보이는 것이 3,000장이다.
어제의 짬에 찍은 사진들.
전체 모습이다.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주말 이틀 동안 흐렸다 해가 떠서 토마토가 시들었다.
햇빛 투과를 줄여주기 위해 2중 비닐도 덜 올렸지만 그래도 생각 이상으로 시들었다.
그 아래 사진은 시들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