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녁 본가엘 다녀오려는데 택배차가 들어오길래 '어? 택배올 게 없는데...?'하며 맞이해 보니
물건이 온 게 아니라 나를 보러온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작년 봄에, 택배를 하며 농산물 판매에 관심을 갖고 품목 확보를 위해 소개를 받아와서
내 토마토를 먹어보고는 물량을 달라던 적이 있었다.
작년 봄엔 아버지의 사고로 작업에 심적 경황이 없던 터라 다음 작에서 상의해 보기로 하고는 잊고 있었다.
얘길 들어보니 지난 가을에 내가 배추를 심었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만큼 나름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
이번 작엔 나 역시 최대한 택배 판매에 주력하려 한다는 얘길하니
내가 택배 판매하는 양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다 달란다.
음... 원칙적으로야 가격만 맞으면 안 줄 이유도 없는 일이긴 하다만 살짝 갈등이다.
하긴... 이 근동에서 완숙 토마토 재배농가 중에 맛 위주로 하는 집은 내가 최고이기도 하다.
작목반에서 납품을 위해 품종을 통일했던 경우를 제외하고 난 늘 맛있는 품종을 재배했었다.
요즘 시기 처럼 월동하며 수확하는 경우엔 최대한의 수확량을 목적으로
맛 있는 품종보단 맛은 없어도 장기 재배가 용이한 유럽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확기 중엔 토마토를 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인근 농가에서 사러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ㅋ~ 그런 경우엔 손해나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안 판다고 할 수도 없다...
어쨋거나...
오늘부터는 초기 생육 관리를 위해 곁순을 제거주고
또 1화방에 매달린 토마토 중 불필요한 녀석들의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초기 부터 많은 토마토를 키우려 욕심내면 성장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토마토 나무(?)의 생육 상태에 따라 최소한의 숫자만 남겨놓는다.
겨울철 짧은 해 가운데 터널 재배 중이라 한바퀴 돌려면 며칠 걸릴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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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흐린데 저녁 무렵에야 부랴부랴 몇 장 셔터를 눌렀다.
자라고 있는 전체 모습.
이렇게 새살 돋는 끝순의 색깔이 이쁘다.
정리하며 따낸 토마토를 몇개 모아서...
못난 기형과나 과잉의 토마토를 다 제거하고2개만 남겨놓은 모습
1화방의 꽃이 이렇게 많이 피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환경이 좋지 않으면 식물들은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만들어내려 한다.
내가 심는 날짜를 최대한 늦추면서 육묘장에선 성장 속도를 더디게 하려 물도 덜주고 했을테지만
1화방의 생성 시기엔 정상적으로 관리했을텐데, 참 이상하다.
이렇게 많은 꽃 만큼 다 토마토를 길러낼 수는 없고
1화방에선 나무의 생육 상태에 따라 0~2개 정도를 남겨놓게 된다.
특히1화방의 첫 꽃은 기형과일 경우가 많고, 꽃모양으로도 식별된다.
눈에 띄는대로 꽃 상태일 때부터 제거해주면 그만큼 영양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기형화의 제거 전과 제거 후의 모습을 찍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