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와는 반대인 듯 싶다.
내가 봐도 독백과 푸념 정도가 주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정도를 넘어 한탄이라도 하고픈데 마땅히 할 사람도 없어 블로그를 열었다.
점심 때가 돼가는 일요일 대낮에 집에서 나와 김밥 2줄을 먹고는 PC방에 앉았다.
아침에 엄니와 의견 충돌 한바탕하고 나서, 도저히 속에서 열불이 가라않지 않아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똑똑하다고 믿는 옛날 노인네의 바뀌지 않는 사고와 고집...
나의 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지금 서둘러 일괄적으로 정리할 것 하고 월동준비를 해야는데
이 중요하고 바빠야할 시기에 엄니의 미련에 막혀있다.
300평 가량 되는 현재의 집터 옆에 붙어 있는 100평의 대지가 있어서
40여년 전에 지었다는 흙벽돌 집이 창고로 쓰이고 있고, 한 구석엔 1마리의 소(牛)가 남아 있다.
아버지가 샀다는 땅인지라 서운하다고 팔지 말라는 건 내가 수용했다만
그러면 소라도 팔고 털어내서 창고용 하우스라도 짓겠다하니 처음엔 그러라 했다가
며칠새 맘이 바뀌어는 소도 팔지 말란다.
뭐~ 몇십년째 이어내려오는 핏줄이라고 서운하단다...
그러면서 우리 소는 착하단다. (정말 시쳇말로 '헐~'이다~ ㅠㅠ)
착하긴 개뿔, 맨날 몸부림쳐서 엉성한 우리 다 망가뜨려놓는 놈이구만...
소를 팔지 않게 하기 위해 정말 쓰러져가는 흙벽돌 창고를 떠괴고 그냥 쓰라는 거다.
(휴~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몇번이나 한숨을 내뿜고 머리를 감싸며 열을 식히며 진정하고 있다.)
그곳엔 몇년째 손도 대지 않는 소모품들이 들어차 있어서 새로이 무언가 들여놓을 수도 없는 지경인데
다 놔두면 언제고 써먹기 마련이라며 그냥 두란다... (으악!!! 정말 이대목에서는 폭발이다!!!)
그 살림을 들여다보다가 도저히 열통 터져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버리는 것도 일이라 할 만큼 쓸모 없는 것들이 거의 전부이다.
그곳에 보관도 아닌 적치되어 있는 하나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기가 막히겠다만...
그저 옛날에 물자가 귀했던 시절에 통용되던 개념을 고수하고 있는 것뿐이다.
내가 귀농한 처음과 비교하더라도 끊임 없이 발전해서
토마토 운반 수레(?)조차도 더 다루기 쉽고 가볍고 튼튼하게 개선되었고,
작업 능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편리한 도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놈의 동네는 그냥 옛날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몸은 힘들고 돈은 안 벌리는 악순환만 반복이다.
그렇다고 내 임의대로 처분해버리면 난리 난리 생날리가 날게 빤하고...
휴.............................
글을 쓰다보면 마음이 가라앉을까 해서 PC방에 왔건만 이 글을 쓰자니 더욱 한숨과 열통만 터진다.
이 상태론 더 글을 못 쓰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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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폰에 저장되어 있는 걸 올린다.
헐기 전에 다시 사진을 찍으지는 모르겠지만, 기록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