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왕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고, 판매자에 대한 소비자의 위상을 주장하는 말이다만
생산자 입장에서 보건대 난 이 말을 인정할 수가 없다.
일상 이야기가 주제인 이 블로그에서 이런 문제를언급하면 자칫어려워 질 수도 있지만... -.-;;
언젠가 인터넷 기사로 읽은 내용 중에 이 "소비자는 왕이다"란 말의 유래에 대해 스치듯 읽은 적이 있다.
기억에 의하면 1970년대에 들어서며 미국의 사회학자인지 하는 사람이 이 구호를 주창했다고 한다.
고도의 산업 발전기에 접어들며 물자가 풍부해지면서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열며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소비자 운동을 폈다고 했었나 어쨌나...? -.-
이렇게 블로그에 인용해서 쓰게 될 걸 알았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려 했거나 웹 주소라도 저장했을텐데,
난 큰 흐름을 파악하되 세세한 항목은 그냥 넘기는 습관이 있어서 그게 잘 안된다.
그 글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잠시 검색해보니 그것은 찾을 수 없었고,
케네디 대통령이 최초로 '소비자의 권리'라는 것을 주창하고
내용을 4가지 항목으로 요약했단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하여간 그 시대에 있어 이런 일련의 계기들로 인해소비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인데...
그 말을 뒤집어보면 그 이전엔 소비자보다 판매자가 더 높은 입장에 있었단 얘기가 된다.
구호로는 소비자나 판매자나 모두가 '소비자가 왕'이라고 외치지만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 재화의 판매와 구매의 관계에 있어 속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판매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왕처럼 모시겠다고 할 뿐이지 실제 왕으로 모시지는 않는다.
필요에 따라 적절히 소비자를 기만하며 지갑을 열게 하려는 하나의 상술에 불과하다 생각된다.
소비자는 뇌리에 박힌 구호에 따라 스스로 왕이라 믿고는 있지만
실제 왕 노릇을 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케네기 대통령이 주창했던 소비자의 권리 4가지 중 하나로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는데
과연 소비자는 판매자로부터 토마토에 대해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 받았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근동에모 영농유통법인이 있어서'E마트'에 토마토를 납품하여 유통하고있다.
그 회사와 지자제와 E마트와의 관계 등은 이 글의 주제와는 다른 부분이므로 생략키로 하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이 부분이야말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가장 직접적인 지적일 듯하다.
내가 서울집에 갔을 때이마트에 가게 되면토마토 판매대를 둘러보는 얘기이다.
척 보기에도, 앞 글('토마토에 대한 이해')에서 설명했던 맛 없는 '유럽계' 품종의 토마토는 넓은 면적에 많이 쌓여있고
맛있는 '일본계' 품종은 1/10도 채 되지 않는 면적에 눈에 잘 띄지도 않게 놓여있다.
보존성 좋은 유럽계 품종은 '깔'도 좋은데 반해, 보존성 안 좋은 일본계 품종은 시들어 보이기 까지 하고...
판매자는 그런 진열 형태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것을 사라~'며 권유하는 무언의 표현을 하는 것인데
생산자 입장에서 보건데, 그건 품질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보단
판매자가 장사하기 좋고 돈이 많이 남는 상품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실제로 내가 소비자 입장이라도 눈으로 토마토를 구분할 능력이 없는 한 많이 쌓여진 곳에서 고르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구매 습관에 따라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고는
'이 토마토가 인기 있어서 이렇게 많이 판매되나 보다'하고 여기기 마련이니
'소비자는 왕'이란 구호에참으로 화가 날 지경이다.
물론 그러한진열 형태가 판매자의 판매 전략이라고 의미를 국한한다면 내가 뭐라 논할 대상이 아니다.
다만... 소비자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권유'에 의해 맛없는 것을 구매하고
'토마토는 맛은 없지만 건강 생각해서 먹는게 좋아~'란 인식에서 벗어날 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다.
즉, 케네디 대통령이 주창한 '소비자의 권리' 운동 중 올바른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한 결과라 말하고 싶다.
물론 정보 제공이란 말과 글로 설명하는 것이라 국한한다면
이마트란 판매자의그런 진열 형태에 의한 무언의 권유라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다만, 이 대목에서 판매자 속성을 짚고 넘어가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판매자는 그 속성상 최대한의 이윤을 목표로 해서 당연히 돈을 더 벌어주는 상품을 취급하려 할 것이다.
토마토에 관한한 맛 없는 유럽계 품종이 맛 있는 일본계 품종보다 더 수익성이 좋다.
유럽계 품종은 맛은 없어도 보존성이 좋기 때문에 며칠 재고로 남아도 마치 신상품처럼 진열해 끝까지 팔 수 있다.
농산품은 장기 재고로 인한 폐기야 말로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존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맛은 있되 보존성이 떨어지는 일본계 품종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려면 신선도 유지되게 적은 양을 자주 반입해야는데
운송 빈도도 더 잦아져야 하니 그만큼 인력 투입에 추가 요인도 발생하여 원가도 상승되어 마진도 줄어들게 될테고,
등등...
소비자 입장에서 맛있는 토마토를 먹으려면 맛있는 토마토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고
판매자에게 그 상품을 요구할 수가 있어야 한다.
판매자는 소비자가 요구를 하면 그 상품을 가져다 판매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소비자는 그저 토마토는 맛없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것을 바꾸기가 힘들게 유통구조가 흘러간다는점이다.
참 애석한 일이다.
거대 자본에 의한 상술 앞에서 소비자는 현명해지기도 참 어려운 세상이다.
결론을 따로 적기 애매한 글을 풀어놓으며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께 당부할 것이 있다면
앞서 포스팅한 '토마토의 이해'란 글을 읽어보고 토마토는 맛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우리가 농산물의 가격을 이야기할 때 늘상 유통구조를 지적한다만
그것을 개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다.
자유경제를 보장해야할 민주주의에서 국가가 유통 구조를 일괄적으로 강제한다는 것도 안 맞을 뿐더러,
국가는 유통업 종사자의 일자리며 세금이 줄어드는 이유 때문에라도
유통단계를 축소시키고 유통마진을 줄여 판매가를 낮추기 힘든 입장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얽히고 섥힌 여러 사정들 때문에 유통구조를 강제로 개선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마냥 시장원리에만 맡긴다면 자본주의의 탐욕에 의해 거대 자본이 다 독식하게 될 것이고...
그나마 지갑을 지니고 있는 소비자가 현명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왕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 또한 마음이 내키면 어렵고 방대한 내용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실태 또한 일부나마 거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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