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난 안 가려했었던 산행이었다.
아내의 친구 중 하나가 설악산을 못 가봤다고 소원이란다 해서 가기로 했던 것인데
수능일 때문에 연기하고, 입산통제 기간에 연기하며 날짜를 잡다보니 이 추운 때 가게 되었다.
초보자가 낀데다 무척이나 추울거란 생각 때문에 보름 전 중청대피소에 숙박 예약을 하며 동행을 결정했다.
군시절 경험상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만히 생각할 게 아니란 염려 때문이었다.
하여 난 결혼 전에 가보았던 이후 20년만에 가보았다.
아마 31살쯤 된 시절 당시에 결혼 안한 친구들 3명이서 여름 휴가를 맞춰 갔었는데
이번엔 아내의 친구들과 한 겨울에 간것이다.
오색-대청봉-중청대피소(1박)-한계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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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에서 출발 직전 인증 샷.
아직은 대오가 잘 유지되고 있다. 리더-초행 친구-아내-나.
곧 순서가 바뀌고, 후미에서 따라간 내 카메라엔 맨 엉덩이 사진만 있을거라 했는데... ㅋㅋ
아내와 초행길인 친구. 아직은 표정에도 여유가...
점점 간격이 벌어진다.
아내의 친구에게 본인의 카페에 올리라고 일부러 가까이 찍어준 사진.
눈썹에도 고드름(?)이 맺히고 이 사진엔 없지만 콧물은 줄줄... ㅋㅋ
대청봉이 가까워지며 동해바다가 보인다.
대피소에서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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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엔 그닥 찍힌 게 별로 없어서, 리더인 아내 친구의 블로그에서 일부 훔쳐왔다.
배낭의 허리벨트 색에 넣어놓은 디카가 얼어서...
차가운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후다닥 인증샷만 찍고 내려왔다.
맨얼굴을 내놓을 엄두가 안나서 꽁꽁 싸맸지만 본인은 알아볼거라며... ㅋㅋ
출발 전 부부 샷.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한무더기 젊은친구들이 지도를 보고 있길래 들어보니
하산코스를 못잡고 있길래 합류 시켰다.
어린 친구들이라 자기 몫은 할 거란 생각에 별 걱정 없이 합류 시켰는데...?
더 앳돼보이는데 25살이라는 아가씨가 혼자서 왔단다.
20살 친구들끼리 왔다는 아이들까지 총 11명으로 늘어버렸다.
이건 아마도 셀카. 하루 사이에 수염이 지저분하게... -.-;;
눈이 쌓여 높이가 낮아져버린 상황이란다.
올 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올려놓아 비교했길래...
첫날엔 초행길 친구의 발걸음에 맞춰 4시간 만에 올라갔다.
하산길엔 선두그룹이 5시간 30분,
발목을 접질러 걸음이 힘겨운 두사람 때문에 후미가 7시간 걸렸다.
그런 상황이 염려되어 따라간 것인데 위급 상황까진 아니기에 내가 실제로 거들 일은 없다.
그냥 페이스 조절하고, 낙오하고 싶은 맘이 드는 사람 있으면 끌고 가는 역할 정도...
겨울 산행, 특히나 설악산 같이 1천 이상의 고지를 갈 땐 경험 있는 리더와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한다.
별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옴에 감사하다...!